주산 학원과 태권도 도장이 유행하던 그때 그시절이 있습니다. 불과 20여년 전 제가 초등학교(저는 국민학교 세대이긴 합니다만...)를 다니던 때에는 지금처럼 사교육이 활성화(?)되지는 않았었죠. 그렇기 때문에 시간이 많던 우리들은 '빨강머리 앤'과 '메칸더V'를 시청하면서 새로운 세계를 동경하며 꿈꾸기도 했습니다.
또 동네에는 자연스레 아이들이 많았고 함께 놀 수 있는 놀이도 상당했습니다. 예를 들면 집놀이, 오징어달구지, 구슬 치기, 잣치기, 술래 잡기 등이 동네 꼬마들의 워너비 놀이 방법이었죠. 이외에도 수많은 놀거리와 함께 방학이면 어김없이 해가 질 때까지 놀던 아름다운 추억이 제 가슴 속에는 늘 남아있습니다.
그때에는 인터넷이 없었기 때문에 TV로 보는 만화 영화가 아이들에게는 최고의 인기였습니다. 일요일 아침이면 어김없이 방영하던 'TV 명작 만화'나 '어린이 명작 동화'와 같은 만화 영화 프로그램은 그 당시 주말과 일요일을 기다리는 이유가 되기도 했지요.
또한 만화 속 주인공들은 여자 아이들에게는 상상의 왕자님이 되기도 했고, ('들장미 요정' 캔디에 나오는 테리우스는 지금도 유명한 왕자님 중의 한 명이죠. ㅎㅎ) 저처럼 감수성이 조금은 풍부한(?) 남자 아이들에게는 '빨강 머리 앤'이 사랑의 대상으로 다가와 마음을 흔들어 놓기도 했습니다. ^^
(빨강머리 앤 주제곡)
'주근깨 빼빼마른 빨강머리 앤'으로 시작하는 주제곡을 들으며 나중에 커서는 꼭 저런 여자를 만나 사랑해야지, 하며 다짐하기도 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지금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온라인으로 그때 그시절의 만화 영화를 볼 수 있지만 너무 흔해서인지 그때 만큼의 감흥이 일어나지 않아 자주 보진 않습니다. 부족하고 모자라야 그것의 소중함을 알 수 있듯이 어린 시절의 '빨강 머리 앤' 은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날 수 있는 소중한 사람이었기에 사랑에 빠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물질적으로는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 풍족하고 잘살게 된 대한민국이지만 오히려 제 눈에는 그 때보다 감성이 메마른 사람들은 넘쳐나고, 소통하고 어울릴 수 있는 기회는 더 줄어든 모습처럼 보입니다.
동네의 골목에도 아이들의 웃음 소리는 들리지 않고 밤 늦게까지 학원의 불빛만 반짝거리는 거리의 회색빛 건물 틈에서 저의 잃어버린 사랑 '빨강머리 앤'을 다시 만날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보네요.
쌀쌀한 바람이 잦아들면 어김없이 봄은 찾아옵니다. 겨울의 끝자락에서 건강 조심하시고 이번 일주일도 힘을 내서 활기차게 생활하시길 바라겠습니다.
written by_나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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