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좋은 바람이 살랑 불어오는 참 이쁜 계절인 9월입니다. 파아란 하늘 아래로 고추잠자리가 한가로이 날고 들판의 벼는 하루가 다르게 황금색으로 변해갑니다. 과일과 곡식들이 충만하고 말도 살찐다는 이 가을에 살랑 부는 바람과 같은 시(詩) 3편을 준비해 봤습니다. 여유롭고 평화로운 가을처럼 우리의 마음도 한결 가벼워지길 바라봅니다.
가을 엽서 안도현
한 잎 두 잎 나뭇잎이
낮은 곳으로
자꾸 내려앉습니다
세상에 나누어줄 것이 많다는 듯이
나도 그대에게 무엇을 좀 나눠주고 싶습니다
내가 가진 게 너무 없다 할지라도
그대여
가을 저녁 한때
낙엽이 지거든 물어보십시오
사랑은 왜
낮은 곳에 있는지를
다시 9월 나태주
기다리라 오래 오래
될 수 있는 대로 많이
지루하지만 더욱
이제 치유의 계절이 찾아온다
상처받은 짐승들도
제 혀로 상처를 핥아
아픔을 잊게 되리라
가을 과일들은
봉지 안에서 살이 오르고
눈이 밝고 다리 굵은 아이들은
멀리까지 갔다가 서둘러 돌아오리라
구름 높이 높이 떴다
하늘 한 가슴에 새하얀
궁전이 솟아올랐다
이제 떠날 사람은 떠나고
남을 사람은 남게 되는 시간
기다리라 더욱
오래 오래 그리고 많이.
가을 일기 이해인
잎새와의 이별에
나무들은 저마다
가슴이 아프구나
가을의 시작부터
시로 물든 내 마음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에
조용히 흔들리는 마음이
너를 향한 그리움인 것을
가을을 보내며
비로소 아는구나
곁에 없어도
늘 함께 있는 너에게
가을 내내
단풍 위에 썼던
고운 편지들이
한잎 한잎 떨어지고 있구나
지상에서 우리가
서로를 사랑하는 동안
붉게 물들었던 아픔들이
소리 없이 무너져 내려
새로운 별로 솟아오르는 기쁨을
나는 어느새
기다리고 있구나
언제부터인지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가을만 되면 '가을 앓이'를 시작했습니다. 그냥 우울해지고 마냥 쓸쓸한 시간이 제 마음 안에 자리잡아 나뭇잎의 색이 바라는 시간을 솔직히 좋아하진 않았습니다.
사랑을 앓고 난 뒤였을까요? 그러한 '가을 앓이'를 이겨냈던 순간이...
지금은 가을이 오는 소리를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그래서 카메라에 담아봤습니다. 들리시나요? 가을이 오는 소리가...ㅎㅎ
written by_나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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