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는 이미 책 대여점이나 비디오 테이프 대여하는 곳이 사라진 지 오래되었고 거리에서 자주 듣곤 하던 최신가요의 노랫가락도 듣기가 힘든 시절이 되었습니다. 저작권의 유무가 크게 중요하지 않던 20여년 전의 아날로그 시절, 특히 성탄절 즈음이 되면 캐롤과 음악이 거리를 뒤덮곤 하던 축제 아닌 축제가 자주 펼쳐지곤 했는데 그 시절이 이제는 다시 오기 힘들 것 같아서 그리울 때가 있네요.
[아날로그(analogue)의 뜻 - 위키트리 참조]
아날로그(analogue)의 사전적인 뜻은 어떤 자료를 '길이'나 '각도' 또는 '전류'와 같이 외부적인 원인에 의해 연속적으로 변하는 것들을 물리량으로 나타내는 일을 의미한다. 자동차의 속도를 바늘의 각도로 표시해주는 속도 측정계나 수은주의 길이로 온도를 나타내는 온도계, 상대적으로 얕게 패이거나 깊게 패인 여러 홈들과 바늘의 마찰로 인해 녹음된 소리가 나오는 음반(LP) 등이 아날로그의 예이며 주로 디지털에 대비되어 쓰인다.
우리가 거시적인 자연에서 얻는 신호는 대부분이 아날로그이고 예를 들면 빛의 밝기나 소리의 높낮이나 크기, 바람의 세기 등이 있다.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쉼표를 찍고 싶을 때 우리는 대개 자연으로 돌아갑니다. 아날로그의 사전적인 뜻에도 나와 있듯이 거시적인 자연의 신호 대부분이 아날로그임을 감안한다면 본능적으로 우린 아날로그에 길들여져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입니다. 귀소 본능처럼 아날로그적인 자연으로 돌아가려는 것도 인간의 본능적인 반응이 아닐까요?
디지털이 보편화된 지금의 시대에는 사람과의 대화나 만남보다는 기계와의 접촉이 빈번한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의 체온을 통한 교감은 기계와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소중한 것이지요. 아무리 디지털화된 세상일지라도 사람보다 소중한 것은 없기 때문이죠.
저는 사람냄새가 폴폴 나는 시장에 가서 시장 구경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 중의 한 명입니다. 생선을 파는 할머니, 뻥튀기 장수, 약주를 드시며 얼굴이 붉게 물든 할아버지...시장 속을 거닐다 보면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어서 좋습니다. 아날로그적인 세상이 시장 안에는 펼쳐져 있어서 생기가 있고 푸르름이 있습니다.
디지털화가 급속히 진행될수록 사람들의 삶은 편하게 되는 것 같지만 사람들의 정과 따뜻함은 편한 삶과 비례하지 만은 않다는 것을 주위를 둘러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삭막한 기계와 같은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그래도 우리들이 웃으며 살 수 있는 것은 조금은 느리고 불편할 수도 있지만 자연과 같은 아날로그적인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고 생각합니다.
아날로그 시절을 그리워 하는 이유는 정이 그립고 사람이 그립기 때문이 아닐런지요. 정이 넘치고 사람냄새 나는 대한민국을 그려봅니다.
written by_나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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