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사는 곳에는 자랑할 만한 공원이 있습니다. 바로 고성에 있는 '남산 공원'인데요, 집 뒤로 난 길을 따라 5분 정도 걸으면 입구가 나오는데 그 곳에는 요즘 가을을 떠나 보내는 낙엽이 길을 따라 쌓여 걸음 걸음 마다 가을색 추억 향기가 묻어나곤 합니다.
바람이 시나브로 차가워지는 가을의 끝자락에 어울릴 만한 시(詩)와 노래를 준비해 봤습니다. 밤이 길어지는 겨울 길목에서 오늘 밤, 아름다운 추억을 곱씹어 보면서 겨울 맞이 준비 잘 하시길 바랄게요.
가을의 노래 고은
누가 지는 잎새를 장사지내겠습니까
역설이 있어야겠습니다
가족도
민족도 필요없습니다
우수수
바람에 날려 지는 잎새들은
아무것도 바라지 않습니다
신이란 궁극에서 있으나마나합니다
그래서 그가 있습니다
술 깨어
박수소리가 나는 곳으로 가다가
홱 돌아섰습니다
그가 누구?
꿈속에서도
허영은 마구 자라나서
그 자신이 거기에 묻혀버렸습니다
꿈속에서도 적막강산이었습니다
그가 누구?
두 길뿐이었습니다
그는 단연코 가시덤불 지나 손가락질하는 곳으로
그윽히 접어들었습니다
서투른 화살들이 날아왔습니다
저자가 온다
저자가 온다고
수없는 손가락질에 에워싸여
어떤 이해의 실마리 하나 없는
해묵은 권세에 몰려
마을 밖 오두막에 이르렀습니다
화살을 뽑아낸 아픔이
여기저기 남았습니다
추수 이후 빈 들이 잠 못 이루고 휑뎅그렁하였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저쪽 숲에는 져야 할 잎이 남아
바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고독이 빛나고 있습니다 가을이란 죽은 친구입니다
그는 누구?
그는 가을입니다
성인이 되어 시험에서 해방된 후에 읽은 시(詩)는 시험 때문에 작가의 의도나 주제를 틀에 가둬놓고 학습했던 학창시절의 그것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정말 시를 시(詩)자체로 읽고 감동하며 즐기게 된 것은 크나큰 즐거움이었습니다.
말이 필요없는 대한민국 문단의 거목과 같은 고은 시인의 '가을의 노래'를 읊고 있으면 문득 가을이 친구처럼 정답고 애달프게 다가오는 것이 느껴집니다. 특히 '휑뎅그렁하였습니다'라는 표현은 단어의 뜻을 정확히 알지 못하여도 느낌 만큼은 가슴으로 깨닫게 되는 것 같습니다.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김광석
(중략) ~ 난 책을 접어놓으며 창문을 열어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잊혀져간 꿈들을 다시 만나고파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제가 추천하고픈 가을 노래는 늦가을에 어울릴만한 故김광석의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입니다. 김광석님이 거짓말처럼 세상을 떠난지가 벌써 20년이 흘렀지만 그 분의 노래는 전설이 되어 우리들의 가슴에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추억이 그리워 가슴 아픈 사람들과 함께 이 노래를 듣고 싶네요.
가을이 끝나가는 시간, 감기 조심하시고 따뜻한 겨울 나시길 바라겠습니다.
written by_나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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