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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칭 시점

당신은 첫눈 오는 날 만나고픈 누군가가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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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적으로 첫눈이 온 곳이 많다고 합니다. 하지만 제가 사는 이 곳, 경남 고성은 눈 구경하기 힘든 동네라 땅을 살짝 적시는 비만 조금 내렸네요. 첫눈이 오면 괜스레 마음이 설레지 않으세요? 저만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왠지 길가다 첫사랑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는 막연한 설렘(?)이 가슴에서 피어오르기도 합니다. ㅎㅎ

첫눈 내리는 산

 당신이 만약 첫눈 오는 날 만나고 싶은 누군가가 있다면, 또 그 누군가로 인해 마음이 따듯해지고 가슴 벅찰 수 있다면...당신은 멋진 사람! 유후후~!!

눈 오는 날 움짤

 늦가을의 향이 흠뻑 묻은 나뭇잎이 이뻐서 카메라에 담은 지 채 며칠이 흐르지 않았는데 시나브로 겨울이 왔습니다. 쌀쌀하다는 표현으로는 너무나 약한, 밖의 차가운 공기들은 살갗을 매섭게 파고들며 겨울이 왔음을 몸으로 느끼게 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좋아요. 밖은 춥지만 마음만은 따뜻해지는 겨울이니까요. 

 첫눈 오는 날을 이 시(詩)만큼 표현한 글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훌륭한 시 한 편을 소개합니다. 정호승 시인의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입니다.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정호승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어머니가 싸리 빗자루로 쓸어 놓은 눈길을 걸어 
누구의 발자국 하나 찍히지 않은 
순백의 골목을 지나 
새들의 발자국 같은 흰 발자국을 남기며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러 가자 

팔짱을 끼고 더러 눈길에 미끄러지기도 하면서 
가난한 아저씨가 연탄 화덕 앞에 쭈그리고 앉아 
목장갑 낀 손으로 구워 놓은 군밤을 
더러 사먹기도 하면서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 
눈물이 나도록 웃으며 눈길을 걸어가자 

첫 눈 내리는 날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첫눈을 기다린다
첫눈을 기다리는 사람들만이
첫눈 같은 세상이 오기를 기다린다 
아직도 첫눈 오는 날 만나자고 
약속하는 사람들 때문에 첫눈은 내린다 

세상에 눈이 내린다는 것과 
눈 내리는 거리를 걸을 수 있다는 것은 
그 얼마나 큰 축복인가?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 
커피를 마시고 눈 내리는 기차역 부근을 서성거리자  



 아직도 첫눈 오는 날 만나자고 약속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첫눈은 내린다고 하는 시인의 마음이 정말 아름답습니다. 오늘처럼 첫눈이 내리는 날에-물론 우리 동네는 내리지 않았지만- 사랑하는 누군가와 약속된 어딘가에서 만나 정말 오랜만에 눈물이 쏙 나도록 웃으면서 눈길을 걸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 지네요. 

눈 오는 날 운동장

 사랑이 조금씩 변해가고 믿음은 점점 옅어지는 우리네 세상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세상은 살만한 곳이라는 말에 적극 동감합니다. 나 자신을 좀 더 사랑하고 자신을 둘러싼 관계에서도 좀 더 너그러워지길 바라면서 '행복한 삶'에 관한 짧은 글로 마무리 하겠습니다. 날마다 행복하세요~ :) 

흰 눈 발자국

 To love, and to be hurt often, and to love again - this is the brave and happy life. 

 (사랑하고 자주 상처를 입는 것, 그리고 또다시 사랑하는 것, 이것이 바로 용감하고 행복한 삶이다.) 



written by_나프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