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다녀온 뒤 한참이 지나서 생각해 보면 기억에 남는 여행지가 꼭 있기 마련인데요. 물론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여행지 역시 아름다운 풍경과 멋있는 문화가 있긴 하지만 저마다의 기억속엔 자신이 좋아하는 여행지가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제 기억속 여행지로는 함양 상림숲과 지리산 서암이 자리잡고 있는데 조용하고 맑은 이미지와 평화로운 주위 경관이 머릿속에 각인되었나 봅니다.
함양 상림숲을 상징하는 '천년약속 사랑나무' 는 두 나무가 서로 붙어서 함께 커 나갑니다. 신기하게도 두 나무는 서로 붙어 있지만 어느 한 나무도 죽지 않고 함께 커나가고 있는 것이 마치 사랑을 약속한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이름도 '천년약속 사랑나무 '라고 지었다고 합니다. 이 곳에서 혼자인 사람이 사진을 찍으면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고 연인들이 찍으면 영원한 사랑을 이룰 수 있다고 하네요. ㅎㅎ
함양 상림숲은 통일신라시대 최치원 선생이 홍수를 막기 위해 제방을 쌓고 곳곳에 돌로 물의 흐름을 완만하게 만든 뒤 인공으로 만든 숲이라고 합니다. 1,000년이 넘도록 보존되는 숲을 보면서 당시 최치원 선생의 능력이 실로 엄청났겠구나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맑은 공기와 맑은 물, 숲을 에워싸고 있는 좋은 기운과 나무랄데 없는 경치가 몸과 마음에 생기(生氣)를 마구마구 불어 넣어 줍니다. 그래서 더더욱 잊지 못하는 여행지가 되는 것이 아닌가 싶네요.
두 번째 기억속에 있는 여행지는 지리산 서암입니다. 지리산은 더이상 수식어가 필요없는 명산이자 아름다운 곳인데요, 그 중에서도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곳이 지리산 서암과 그 근처의 풍경입니다.
서암 주위 곳곳의 벽에는 부도가 조각되어 있습니다. 절을 수호하는 방위신처럼 보이는 조각들이 엄청난 스케일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너무나 아름다웠던 연못입니다. 연못과 연못안의 잉어를 보고 있으면 시상(詩想)이 마구 샘솟습니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한 두어달 머물면서 마음을 깨끗이 하고 오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할 만큼 참으로 아름다웠던 지리산 서암의 연못입니다. 세상 시름을 잠시 잊을 수 있는 곳이기도 하죠.
굽이 돌아가는 길은 마치 우리네 인생길처럼 보이기도 하구요. 외롭게 서 있는 가로등이 주위에 있는 나무와 풀과 꽃들을 지켜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부처님을 조각한 부도도 보입니다.
연못의 풍경은 황홀경, 그 자체입니다. 마치 아름다운 수채화처럼 맑고 청청한 모습이 보는 제 마음마저도 무장해제 시키는 풍경이었죠.
연못 안의 학은 사실 움직이지 못하는 녀석입니다. ^^: 저 자리에 서서 늘 저 자세로 있는 힘든 녀석이죠. ^^;
먹이를 던져주면 오색빛깔 잉어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어 먹이를 먹더군요. 그 모습마저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제가 잘 아는 신부님 한 분이 제게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세상을 초록색으로 칠하는 유일한 방법은 자신이 초록색 안경을 쓰면 된다"라구요.
늘 세상의 원천은 그대로라고 생각합니다. 단지 자신의 마음안경에 따라 아름다워 보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것이지요. 제아무리 아름다운 풍경을 본다 한들 자신의 마음에 떼가 끼어 있으면 그 풍경이 아름답게 보일 리 없을 겁니다.
자연이 주는 교훈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저는 "있는 그대로의 가치"를 가장 크게 깨닫습니다. 1,000년을 넘게 이어올 수 있었던 함양 상림숲도, 아름다운 풍경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지리산 서암도 최대한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존했기에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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