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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노트

아날로그 시절의 단상 (부제: 싸이월드의 속절없는 추락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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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맛비 내리는 밤에 미루고 미루던 싸이월드의 사진첩을 백업하면서, 느리고 불편했지만 살맛나고 정(情)이 있던 아날로그 시절이 갑자기 생각나서 글을 끄적여 봅니다. 



 때는 바야흐로 싸이월드가 최전성기를 달리던 2000년대 초중반, 하두리 캠으로 사진을 찍어 올리고 도토리로 브금(BGM)을 사던 시절이었죠. 저역시 늘어난 일촌평의 갯수에 일희일비 하기도 했고, 디카로 찍은 사진들을 감성글과 함께 일기장에 차곡차곡 쓰기도 했습니다. 


싸이월드


 그 시절엔 삼삼오오 모여 창원 용지공원 잔디밭에서 새벽까지 술을 마시며 노래도 불렀고, 지갑에 5천원만 있으면 둘이서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괜찮아요'라는 이름의 술집도 있었어요. 


 추억은 아름답게 기억되는 부분이 분명 있지만, 제가 기억하는 2000년 대는 지금보다는 좀더 사람냄새 나는 세상이 아니었나 하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삶은 고스란히 '싸이월드'에 저장이 되었고, 싸이월드를 매개체로 하여 사랑을 싹틔우기도 했으며 잊힌 친구들도 '파도타기'를 하며 많이 만나곤 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2002년 월드컵


 2002년 월드컵 시기엔 대한민국의 경기가 있는 날이면 동네 호프집은 그야말로 불야성을 이뤘고, 우리나라의 승리가 확정되면 아파트 단지는 떠나갈 듯 큰 함성으로 '대~한~민~국'을 외치던 기억도 나네요. 


 2000년 대는 저역시 대학을 다니고, 미래를 걱정하곤 했던 시기이지만 그 당시만 하더라도 취직할 곳이 많이 있었고 지금처럼 고스펙을 요구하지 않는 회사가 많았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쉽사리 직장도 구할 수 있는 시기였습니다. 


 빗소리를 들으며 옛 시절을 떠올려 보니 불과 20년 사이에 '상전벽해'라는 사자성어가 어울릴 만큼 참 많이 변한듯 하네요. 

아날로그 디지털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공존하던 2000년대, 그 시절의 희로애락을 함께 했던 '싸이월드'가 속절없이 추락하는 게 안타깝긴 하지만 추억은 흐름속에 머물러 있을 때가 가장 아름다운 것임을 기억하며, 언젠가 지금의 저를 추억했을 때 아름다운 모습으로 기억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모두 장맛비와 함께 행복한 꿈 꾸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