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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

뒤늦게 한글을 배운 할머니들의 꿈이 전시된 시화전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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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해 교실에서 수업을 받고 한글을 깨우친 할머니들의 시와 그림을 전시하는 행사가 경남 고성읍에 위치한 고성박물관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한글을 읽고 쓰지 못하던 분들이 문해교사와의 수업을 통해서 드디어 한글을 깨우치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이 분들의 작품 전시회를 고성군에서 주관하여 고성박물관에서 하고 있는데 전시된 글과 그림마다 어르신들의 진심이 느껴져서 보는내내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2015 성인문해 고성학당 시화 작품 전시회

 2015년 성인문해 고성학당 시화 작품 전시회가 열린 고성박물관 앞의 플래카드입니다. 참고로 성인 문해교육이란 일상생활을 하는데 필요한 문자해득 능력을 포함한 사회, 문화적으로 요청되는 기초생활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조직화된 교육프로그램을 의미합니다.

고성박물관 성인문해 고성학당 플래카드

 성인 문해 학당의 어르신들은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한글을 배우고 익혀서 직접 시와 그림을 작품으로 만들었습니다.

성인 문해 학당 시화전

 수많은 작품들의 특징은 한결같이 글씨 하나하나를 꾹꾹 눌러 정성스럽게 작성 하였고, 시의 내용도 꾸밈이나 기교 없이 자신의 마음 깊은 곳의 울림과 살아온 삶에 대한 시선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진정성'이 가득 담겨 있는 시를 읽고 있으면마음도 어느새 감동으로 가득 차서 시를 쓰신 할머니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69세 할머니 시 희망

나는 밟을(받을) 복은 안타고 일복만 타가지고 어릴 때부터 험한 일을 하고 지냈어요. 클 때 나하고 같은 친구들은 도시로 다가고 나만 농촌에 남았어요. 나는 칠십도 안되는데 내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 싶어요. 복 많은 친구들은 도시로 다갔는데 왜 나만 농촌에 살까요. 나는 경운기 끌고 다니면서 19년을 농사했어요. 그렇지만 이제는 농촌이 도시보다 살기가 좋아졌어요. 농촌에도 학당이 생겨 공부를 할 수 있어요. 나도 이제 나만의 시간도 가지고 배울수 있어요. 선생님 참 고마워요. 그만해도 세상이 좋아 선생님 와서 공부 가르쳐 준다고 참말 고맙습니다. 그리고 참 재미 있어요. 너무 너무 고마워요.

 69세 할머니께서 지은 '희망'이라는 시(詩)입니다. 비록 시골 생활이 힘들었지만 지금은 공부도 할 수 있는 농촌이 좋고 선생님이 좋다는 시의 내용에서 할머니께서 한글을 배운 뒤 긍정적으로 바뀐 삶의 모습도 느낄 수 있습니다.

 

88세 할머니 시 나의 꿈

 하일면 동화학당에서 공부하신 88세의 할머니께서 지은 '나의 꿈'이라는 시(詩)입니다.

나의 꿈은 손주한테 편지를 써보내는 것이다.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열심히 공부하는 성실한 할머니로 영원히 남고 싶다. 여든이 훨씬 넘은 할머니의 소원은 바로 한글로 손자한테 편지를 쓰는 것인데 문해 학당에서 한글을 배움으로써 당신의 꿈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경남 고성학당 시화전

 어르신들의 작품을 보면서 배움의 소중함과 작은 것에 행복을 느끼는 지혜를 배웠습니다. 그리고 좀 더 크고 좋은 것만을 바라며 항상 위로 올라가려고만 했던 저를 반성할 수 있었습니다.  

2015년 고성학당 시화 작품 전시회

 2015년 성인 문해 고성학당의 시화 작품 전시회는 12월 4일(금)까지 경남 고성읍 고성박물관 1층에서 전시되며 누구나 관람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성인 문해자들을 교육하기 위해서는 문해교육사 3급 이상의 자격증이 필요하고 이 자격증은 주로 지자체에서 모집해 교육하는 양성과정을 이수하면 취득할 수 있습니다. 경남 고성군에서는 올 해에도 두 차례의 문해교육사 3급 양성과정이 열렸습니다.

2015년 성인문해 고성학당 시화전

 여담이지만 지금은 고인이 되신 저희 할머니께서도 생전에 한글을 읽지 못했습니다. 제가 나이를 조금 먹고 난 다음 할머니께서 한글을 모르신다는 것을 안 뒤에 몇 번이고 가르쳐 드릴려고 했었지만 할머니의 자존감을 상하게 할 것 같아서 결국은 한글을 가르쳐 드리지 못한 체 할머니께서는 하늘 나라로 가셨습니다.

75세 할머니 시 내꿈은

 시와 그림 속의 한글을 배운 할머니들의 꿈은 다들 소박합니다. 즐겁게 공부하고 운동하고 노래 부르며 사는 것이 꿈이라고 합니다.

문해교육 고성학당

 한글을 알지 못하는 누군가에게 문해교육은 세상과 소통하는 힘이며 내일의 희망을 갖게 해주는 도구입니다. 아직도 우리나라 곳곳에는 한글을 모르는 성인들이 많이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곳에서 조금 떨어진 시골의 작 마을에도 실제 글을 읽지 못하는 어르신이 상당수 계십니다. 그분들도 이러한 문해교육을 통해서 세상과 소통하고 꿈을 가질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하며 아울러 어두운 곳을 밝혀주는 문해교사 분들께도 감사의 마음을 전해봅니다.

 

 

written by_나프란